[행사소식] 김찬중 건축가 특강: 불확실성 시대의 건축, 재료에서 답을 찾다
관리자 2026-07-23

지난 7월 2일, ㈜삼표산업이 후원하는 「SPACE(공간)」 21기 학생기자를 대상으로 김찬중 건축가(더_시스템 랩 대표)의 특강이 서울 성수동 더_시스템 랩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약 1시간의 강연과 30분간의 질의응답, 삼표산업 사업 소개 순으로 진행됐다. 김찬중 건축가는 ‘불확실성 시대의 건축’을 주제로, 텍토닉(tectonic)적 관점에서 재료와 제작 방식을 실험해 온 주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빠른 시공과 효율적인 용적률이 요구되는 국내 건축 환경에서 건축적 기법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의 방법론을 활용해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 온 과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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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현장, 사진 : SPACE(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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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현장, 사진 : SPACE(공간)


산업적 방법론으로 확장한 건축

김 건축가가 가장 먼저 주목한 산업적 방법론은 ‘몰드’를 활용한 ‘모듈’ 제작이었다. 몰드의 곡률과 재료의 두께를 정밀하게 계산해 일정한 패턴의 부재를 제작하고, 이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2008년 한강 보행자 터널 프로젝트에서는 나들목 열 개 구간에 신속하게 설치할 수 있고 유지보수도 용이한 방식이 필요했다. 이에 진공 성형한 폴리카보네이트(PC) 모듈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2010년 삼성 래미안 갤러리에서는 모델하우스의 특성을 고려해 빠른 설계와 시공은 물론, 향후 해체와 재조립까지 가능한 PC 패널 모듈을 사용했다.

2015년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는 약 11m 길이의 섬유강화플라스틱(FRP) 기둥을 제작해야 했지만, 이를 가공할 수 있는 건축 업체를 찾기 어려웠다. 김 건축가는 요트 공장의 제작 기술을 응용해 문제를 해결했으며, 이 경험을 통해 기존 건축 분야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산업의 제작 논리를 체득했다고 회고했다.


콘크리트 모듈로 이어진 실험

산업적 제작 방식에 대한 실험은 이후 콘크리트 모듈로 확장됐다. 2014년 한남 오피스에서는 발코니를 실외 면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콘크리트 모듈을 구상했다. 모듈의 곡률에 맞춰 몰드를 직접 설계하고, 현장에서는 부재별 컬러 코딩을 활용해 조립했다. 완성된 콘크리트 모듈은 발코니 공간을 형성하는 동시에 건물의 표피이자 구조체로 기능했다. 하나의 부재가 구조와 외관, 공간을 함께 구성하도록 한 것이다. 2019년 호반건설 서울 신사옥 프로젝트에서는 콘크리트 모듈을 활용해 부드러운 패브릭 패턴을 구현했다. 김 건축가는 콘크리트를 사용하면서도 섬세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모듈의 형태와 표면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UHPC의 물성을 고려한 제작 방식

김 건축가가 당시 건축에 흔히 사용되지 않던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를 처음 모듈로 제작한 사례는 2017년 하나은행 플레이스 원 서울이다. 일반 콘크리트보다 약 다섯 배 높은 강도를 지닌 UHPC는 얇고 정교한 형태를 구현하는 데 유리하지만, 양생 과정에서 많은 열을 방출한다. 이로 인해 FRP 몰드는 쉽게 변형돼 반복 사용이 어려웠고, 스틸 몰드는 매끄러운 곡선을 구현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었다. 김 건축가는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가장자리에는 스틸을, 나머지 부분에는 FRP를 사용하는 혼합 재료 몰드를 제작했다. 이를 통해 몰드의 변형을 줄이면서도 UHPC 모듈의 얇고 정교한 단면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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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플레이스 원 서울 ⓒTHE_SYSTEM LAB


강연에서는 모듈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세부적인 문제와 이를 해결한 방법도 소개됐다. 거푸집의 이음매에서 생기는 돌출부를 줄이기 위해 부위에 따라 배합을 조정했으며, 크레인으로 모듈을 인양하는 과정에서는 인장력에 취약한 UHPC의 특성을 고려해 새로운 인양 방식을 적용했다. 이러한 과정은 UHPC의 높은 강도와 자유로운 형태 구현 가능성을 활용하는 동시에, 재료의 물성에서 비롯되는 제작과 설치상의 한계를 보완해 나간 사례로 소개됐다. 특히 UHPC의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단점을 보완해 간 과정이 인상 깊었다. 자유로운 형태 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기존 건축물과 차별화된 외관을 설계·실행한 점은 재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었다. 


구조·표피·공간을 연결하는 GFRC

최근 김 건축가는 유리섬유보강 콘크리트(GFRC)를 활용해 비정형 구조의 표피와 공간을 함께 만들어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GFRC가 높은 강도를 지니고 있으며, 하나의 연속된 부재로 제작할 수 있는 크기의 한계가 비교적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GFRC가 구조와 표피, 공간을 하나의 텍토닉으로 구현하기에 적합한 재료라고 설명했다. 건물의 표피가 단순히 외관을 구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표피가 만들어내는 영역 자체를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GFRC의 특성을 활용한 프로젝트로는 서리풀 공연장 설계안인 ‘서리풀 사운드’가 소개됐다. 음향적·문화적 파장이 확산되는 모습을 형상화한 복합문화시설로, 비정형 구조와 공간을 하나로 연결하는 GFRC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설계안이다.


이번 특강은 콘크리트를 비롯한 하나의 재료가 건축물의 구조와 형태, 나아가 공간 경험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살펴보는 자리였다. 완성된 결과물뿐 아니라 설계와 구현 과정에 담긴 건축가의 고민을 직접 들으며, 재료와 건축의 관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강연은 학생기자는 물론 관련 업계 종사자에게도 건축물의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넓혀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또한 다양성을 추구하는 흐름이 가속화됨에 따라 UHPC를 비롯한 고성능 재료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케 했다. 학생기자들에게는 건축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재료와 구조, 공간을 함께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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