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쇼로 만들다: 건설 기술의 엔터테인먼트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건설 기술을 하나의 스포츠이자 쇼로 재해석한 이벤트였다. 야외 행사장에서 열린 ‘SPEC MIX BRICKLAYER 500® (World Championship)’은 벽돌 120~200장을 단 20분 만에 쌓아 올리는 경기로, 대규모 스포츠 경기와 유사한 연출과 퍼포먼스를 통해 관람객의 열띤 호응을 끌어냈다.
수백 명의 관중이 몰린 이 행사는 총상금 규모는 12만 5천 달러 이상, 우승자에게는 포드 F-250 트럭이 부상으로 제공될 만큼 상징성과 규모가 컸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3D 업종으로 기피되는 육체노동에 대한 사회적 존중을 회복하고, 젊은 세대와 여성에게도 건설 노동을 더 친숙하게 접근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Show, Don’t Tell’: 실용주의가 지배한 기술 전시
시연이 강조된 전시의 방식은 ‘Show, Don’t Tell’이라 부를 만큼 미국 시장 특유의 실용주의적 성향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퀵크리트(Quikrete)는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구조물을 출력하는 3D 프린팅 라이브 시연을 통해 소재의 점성, 출력 안정성, 경화 속도 등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게 했다. 마페이(MAPEI)는 전시 부스와 연구소를 실시간 영상으로 연결해 저탄소 솔루션인 ‘CUBE 시스템’의 강도와 성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며 기술적 신뢰를 확보했다.
이 밖에도 믹서, 롤러, 미장 도구 등 다양한 장비를 관람객이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체험형 부스가 전시의 주류를 이뤘다. 미국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스펙 상의 우수함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의 시공성 보장이다. 눈앞에서의 시연과 손으로 느끼는 사용 감각이 곧 기술 신뢰로 직결되는 구조임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마페이의 연구소 현장 연결 시연 현장
콘트랙터 중심의 시장 구조: 개인화·모듈화
시장 구조 측면에서는 개인화와 유연화가 핵심 키워드로 부각됐다. 완성차 형태의 레미콘 트럭뿐만 아니라, 기존 트레일러에 탈부착 가능한 모듈형 믹서 등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춘 제품들이 다수 소개됐다. 전시의 주요 타깃 역시 대형 건설사가 아닌, 본인 소유의 트럭을 개조해 사업을 영위하는 소규모 개인 콘트랙터였다. 이는 장비 가동률을 극대화하고 고정비를 최소화하려는 미국 소규모 시공업체들의 현실적인 요구가 제품 설계와 시장 구조에 직접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신축보다 보수·보강: 유지관리 시장의 주류화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핵심은 보수·보강·유지관리 시장이었다. 신축 자재 못지않게 보수, 보강, 보호용 제품군이 전시의 메인 스트림을 형성했으며, 초속경 보수재, 침투성 발수제, 표면 보호 코팅제, 비숙련자도 사용할 수 있는 키트형 보수 제품이 대거 소개됐다.
전면 재시공은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요구하는 반면, 보수를 통한 수명 연장은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광활한 국토와 높은 인건비를 고려할 때, DIY 및 셀프 보수 시장은 미국에서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용자 경험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됐다. 기존의 제품 사양서 중심 설명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 가이드 형태의 자료가 주류를 이뤘다. 텍스트는 최소화하고, QR로 연결한 일러스트와 숏폼 영상을 통해 시공 단계를 설명하며 사용자의 문제 상황에서 출발해 솔루션을 제시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이는 비숙련 작업자와 DIY 수요 증가라는 시장 변화에 대응한 결과로, 기술적 우위보다 누구나 실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시공성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급자 중심의 기술 과시가 아니라 철저히 사용자 경험을 기준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인상적이었다.
종합적으로 WOC 2026은 최첨단 기술이나 미래 비전을 역설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해법을 어떻게 구현하고, 이를 시장에 설득력 있게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건설 기술의 엔터테인먼트화, 체험과 시연 중심의 전시 구성, 콘트랙터 중심의 장비 및 자재 설계, 보수·보강 시장의 확대,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모두 개별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동일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일관된 흐름으로 읽힌다. 즉, 숙련 인력의 부족과 높은 인건비, 공기 지연 리스크, 그리고 제한된 예산이라는 현실적 제약 속에서, 누가 사용해도 실패하지 않는 기술과 즉시 검증 가능한 성능이 시장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사진ⓒ삼표산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