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층간소음에 민감해진 사회
“영혼까지 끌어모아 84제곱미터 아파트를 장만한 남자. 하지만 밤마다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층간 소음이 그를 괴롭힌다. 날이 갈수록 격화되는 이웃과의 갈등 속에서 소음의 근원을 캐낼 수 있을까.” 올해 여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84제곱미터’의 소개 문구이다. 전 국민의 52%가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주거 특성상(2020년, 대한민국 국가지도집), 층간소음은 많은 사람들이 그 불편과 스트레스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다. 일시적인 불편이나 이웃 간의 사소한 다툼 수준을 넘어 층간소음으로 촉발된 갈등이 폭력이나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극단적인 사례가 뉴스로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제출된 민원 건수는 총 40,060건으로 2012년 10,624건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층간소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민감도가 그만큼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정부 역시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층간소음은 크게 직접충격 소음과 공기전달 소음으로 구분된다. 직접충격 소음은 뛰거나 걷는 등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이며, 공기전달 소음은 텔레비전이나 음향기기 사용 등에서 비롯된다. 이웃 간 갈등의 주된 원인이 되는 것은 소음과 진동이 벽이나 천장을 통해 전달되는 직접충격 소음이다. 층간소음에 관한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짐에 따라 정부는 2023년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주간 기준을 기존 43dB에서 39dB로, 야간 기준을 38dB에서 34dB로 각각 강화했다. 다만 해당 기준은 준수를 권고하는 성격의 규정으로, 이를 초과하더라도 법적 처벌이 따르지 않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제도적 노력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직접충격 소음 저감을 위해 2005년부터 인증기관의 평가 및 인정을 받은 바닥구조로 주택을 시공하도록 하는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사전인정제’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실험실 시험 결과와 실제 주택에서의 성능 차이가 존재함에 따라, 보다 실효성 있는 층간소음 저감을 목표로 2022년 8월부터 준공 전 현장에서 직접 시공된 바닥의 성능을 확인하는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 사후확인제’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2023년 12월, 기존 사후확인제의 일부 내용을 강화하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준공 직전 단계에서 실시하던 성능 검사를 시공 중간 단계까지 확대해 점검 시기를 앞당기고, 평면 유형별로 세대 수의 2%를 무작위 선정해 검사하던 것을 5%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종전에는 성능 검사 기준에 미달할 경우 보완 시공 또는 손해배상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으나, 개정 이후에는 보완 시공을 원칙적으로 의무화하고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손해배상으로 갈음하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다만 기준 미달 시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보완 시공 방법과 손해배상 범위 및 기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아, 향후 손해배상과 관련한 분쟁의 소지가 남아 있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층간소음 저감 대책의 방향
위층의 생활 소음과 진동이 벽과 천장을 타고 아래층에 전달되는 직접충격음을 저감하기 위한 방향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아파트의 구조 자체를 소음과 진동 전달이 상대적으로 덜 전달되는 구조로 개선하는 것이며, 둘째는 바닥 구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우선 구조적 관점에서 보면, 주택 구조는 크게 벽식구조, 무량판구조, 라멘구조 등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의 공동주택은 경제성,시공 효율성을 이유로 벽식구조가 대부분 적용되었는데, 이는 소음과 진동이 벽체를 통해 슬래브로 직접 전달돼 층간소음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최근 일부 건설사들은 기둥식과 벽식 구조를 결합한 혼합식 라멘 구조를 제안하고 있으며, LH는 주요 구조체가 서로 독립되어 층간소음이 적은 모듈러 주택을 임대주택이나 소규모 재개발 사업의 대안으로 연구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아파트 설계·시공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는 만큼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다 현실적인 접근은 바닥 구조의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바닥 슬래브의 두께를 증가시키는 방안이 있다. 과거 150~180㎜ 수준이던 슬래브 두께는 2013년 이후 210㎜가 의무화되었으며, 나아가 LH는 공공주택의 표준 바닥 두께를 25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250㎜ 슬래브는 210㎜ 대비 약 3dB 수준의 바닥충격음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콘크리트 슬래브 상부에 시공되는 바닥 구조를 개선해 소음 전달을 줄이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는 아파트의 주요 구조체를 변경하지 않고도 층간소음을 저감할 수 있어 최근 건설사들의 기술 경쟁이 집중되고 있는 분야다. 일반적인 바닥 구조는 슬래브(210㎜) 위에 완충재(30~40㎜), 경량 기포 콘크리트(30~40㎜), 몰탈(40㎜)을 차례로 시공한 후 마루 또는 장판(약 10㎜)으로 마감한다. 이론적으로는 완충재 상부의 온돌층 중량이 증가할수록 바닥충격음 차단에 유리하며, 온돌층 중량이 1.5배 증가할 경우 진동 세기가 약 3.5dB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경량 기포 콘크리트를 중량 몰탈로 대체함으로써 소음 차단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슬래브 두께만 증가시키고 바닥 구조가 기존과 동일할 경우, 현장에서 법적 기준인 4등급(49dB)을 안정적으로 만족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목표 성능 등급(1~4등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온돌층 중량 증가와 더불어 완충재 성능 향상 등 복합적인 바닥 구조 개선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