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건설회관 CG홀에서는 대한경제 주최로 2025 도시와 공간 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도시혁신: 서울과 도쿄의 대화’를 주제로 구성되었으며, 일본 모리빌딩의 아라이 아키쿠니 집행임원을 비롯해 도시개발 및 부동산 분야의 전문가 18인이 참석해 도시 혁신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서울시의 미래 전략: ‘수직 입체 도시’로의 전환
기조 강연을 맡은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미래 도시의 패러다임으로 지상·지하·공중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수직 입체 도시를 제시했다. 기존의 용도, 밀도 중심의 평면적 도시계획에서 벗어나, 입체적 공간 계획을 통해 생활권 밀도 총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용적 거래를 통해 밀도 이양이 가능한 유연한 도시 운영체계로의 전환을 추구한다. 용적률 활용으로 확보된 여유 대지를 녹지로 전환함으로써 도시 녹지율을 높이는 효과 또한 확보할 수 있다.
도쿄의 복합개발 노하우: ‘수직 정원 도시’의 실현
일본의 대표 디벨로퍼 모리빌딩의 아라이 아키쿠니 집행임원은 1980년대 아크 힐스를 시작으로 2000년대 롯폰기 힐스, 2020년대 토라노몬 힐스 및 아자부다이 힐스까지, 40여 년간 이어온 복합개발 프로젝트들을 소개했다. 그는 “부동산 개발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업무·문화·상업·주거·녹지가 공존하는 입체적 도시 공간을 창조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저 차가 있는 지형의 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건축물 옥상을 녹지로 계획하고 이를 주변 녹지로 연결하는 전략은 모리빌딩의 개발 철학을 잘 보여준다. 아자부다이 힐스는 주변 지형과 옥상 녹지를 ‘심리스(seamless)하게’ 연결하며 도시의 생태 연계를 실현한 성공적인 사례이다. 또한 초고층 건축으로 경제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저층부는 생활 인프라 및 공공공간의 입체적 배치를 통해 공간 효율성과 도시 활력을 동시에 확보한 개발을 수행해 왔다.
모리빌딩의 ‘수직 정원 도시’ 개념, 사진: 삼표
아자부다이힐스 저층부 전경, 사진: 헤더윅 스튜디오 홈페이지
이어진 대담에서는 양국의 도시 개발 환경 차이와 개선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국내의 토지 소유 구조, 고금리로 인한 자금 조달 부담, 그리고 엄격한 용도 규제로 인한 복합 공간 기획의 제약사항을 지적했다.
윤세한 해안건축 대표는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건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예를 들어, 주거 공간이 호텔이나 오피스로 전환될 수 있는 유연한 평면 설계와 프로그램 구성이 미래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형 복합개발 프로젝트
서울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요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시간 또한 마련됐다.
잠실종합운동장 MICE 개발사업은 영동대교 지하화 및 상부 녹지화, 탄천과의 생태적 연계를 통해 도심 내 자연과 공존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서울 내 마지막 대규모 유휴부지(약 14만 평)를 활용한 초고밀도 개발로, 높은 용적률에 상응하는 부지면적 100% 수준의 녹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은 HDC현대산업개발이 민간 주도로 추진하며, 서울 동북권의 소외 지역을 재조명하는 도시 균형 발전의 관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난 2023년 오세훈 서울시장은 도쿄 도심개발 현장을 살펴본 후 도심 내 녹지 등을 강조한 서울 대개조를 선언한 바 있다. 이번 포럼 또한 도쿄의 사례를 통해 서울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도쿄의 개발 사례는 단순한 개발을 넘어선 공간 전략적 사고를 서울에 제시하며, 서울은 이를 바탕으로 제도 유연성과 민간 협력을 확대해 미래 도시 모델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번 포럼에서 도시의 미래전략으로 강조된 키워드는 직주 근접, 입체적 공간 활용, 도시 녹지화, 지속가능성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도시는 평면적 흐름이 아닌 입체적 흐름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인상 깊게 남는 자리였다.